2024년 8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쌀 부족 사태, 일명 ‘레이와 쌀 소동’이 2025년 4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쌀값은 16주 연속 상승하며 서민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외식업체와 학교 급식까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쌀 부족 사태의 원인, 일본 정부의 대책, 그리고 현재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쌀값 폭등, 왜 이렇게 됐을까?
일본의 쌀값은 2025년 4월 기준으로 5kg당 평균 4214엔(약 4만 2000원)에 달하며, 1년 전보다 92.1% 상승했습니다. 도쿄 일부 상점에서는 1kg당 1000엔(약 1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주요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기후 변화와 흉작
202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본의 주요 쌀 산지(니가타, 홋카이도 등)에서 쌀 수확량이 20% 이상 감소했습니다. 2023년 쌀 생산량은 662만 톤으로 전년 대비 7.7만 톤 줄었고, 2024년 679만 톤으로 약간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온은 쌀 생산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2. 장기적인 쌀 감산 정책
- 1970년대부터의 감산 정책: 일본 정부는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배 면적을 줄이고 전환 작물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쌀 생산 능력이 축소되었고, 농촌 고령화(농가 평균 연령 70세 이상)와 청년 유입 부족으로 생산 기반이 약화되었습니다.
- 결과: 수요 급증에 대응할 여유 생산 능력이 부족해졌으며, 기후 변화로 인한 흉작이 겹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었습니다.
3. 사재기와 유통 문제
- 사재기: 2024년 초 노토 반도 지진과 난카이 대지진 우려로 소비자들이 쌀을 대량 구매하며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일부 도매업자들이 가격 상승을 예상해 재고를 비축하며 유통량이 감소했습니다.
- 유통 문제: 대형 유통업자들이 경매에서 쌀을 고가로 매점하고 중소 업체의 접근을 제한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농협(JA)이 비축미의 94%를 매입한 뒤 소매 유통으로 풀지 않고 보유한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4. 외부 요인
- 관광객 수요: 엔화 약세로 2023~2024년 외국인 관광객이 3213만 명으로 급증하며 쌀 소비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수요의 0.3%에 불과해 주요 원인은 아닙니다.
- 글로벌 요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와 밀가루 가격이 상승하며 쌀 소비가 12% 증가했습니다.
5. 쌀값 상승 현황
- 소매 가격: 2025년 4월 기준, 쌀 5kg 평균 소매가격은 4214엔(약 4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92.1% 상승했습니다. 일부 도쿄 상점에서는 1kg당 1000엔(약 1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도매 가격: 2024년 11월 기준, 60kg 도매가격은 2만3961엔으로 전년 대비 57% 상승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일본 정부는 초기에는 사태를 일시적인 문제로 보았지만, 2025년 들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1. 비축미 방출
- 2025년 2월: 비상 상황이 아님에도 비축미 21만 톤(밥 29억 공기 분량)을 방출했습니다. 재난 외 비축미 방출은 사상 처음입니다.
- 2025년 4월: 추가로 10만 톤 방출을 발표했습니다.
- 문제점: 농협이 비축미의 94%를 매입했지만, 2025년 4월 기준 소매로 풀린 물량은 24%에 불과합니다. 트럭 운전사 부족과 창고 부족 등 물류 문제로 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합니다.
2. 수입 쌀 확대
- 한국 쌀 수입: 2025년 4월, 일본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쌀 22톤을 수입했습니다. 10kg당 9000엔으로 일본 쌀보다 저렴하지만, 관세와 운송비로 한국 내 가격(4만 원) 보다 비쌉니다. 소비자 반응은 “맛있다”와 혐한 정서로 엇갈립니다.
- 기타 수입: 미국산(칼로스 쌀)과 대만산 쌀 수입이 늘었으며, 2025년 1월 민간 쌀 수입량은 523톤으로 전년(368톤)보다 증가했습니다.
3. 장기 정책
- 수출 확대: 2030년까지 쌀 수출을 35만 톤(현재의 8배)으로 늘려 국내 수급 압박 시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는 '조정 밸브'로 활용하려 합니다.
- 고온 내성 품종: 기후 변화 대응으로 고온 내성 품종 재배를 확대하지만, 2023년 기준 14.7%에 불과해 속도가 느립니다.
4. 한계와 비판
- 늦은 대응: 농림수산성은 2024년 9월 햅쌀 출시로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낙관했으나, 가격 상승이 지속되자 뒤늦게 비축미 방출을 결정했습니다.
- 정책 지속성 문제: 쌀 감산 정책을 고수하며 근본적인 생산 능력 확충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 유통 비효율성: 비축미 방출이 소매로 연결되지 않고, JA의 느린 출하(24%)로 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합니다.
현재 상황: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2025년 4월, 쌀값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16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5kg당 2000엔이던 쌀이 4000엔대로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 외식업체: 스키야, 하마스시 등은 밥 가격을 인상하거나 무료 밥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 학교 급식: 오사카 카타노시는 쌀밥 제공을 주 2회로 줄이고, 3학기에는 주 1회로 축소합니다.
- 취약계층: 푸드뱅크는 쌀 지원 부족으로 식사량을 줄이거나 면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반응: 농민들은 쌀 감산 정책으로 농업소득이 시급 100~970원에 머물자 ‘레이와 농민봉기’ 집회를 열었습니다.
한국과의 연계
흥미롭게도,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쌀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 쌀 수출이 증가하며 한국 농업에 기회가 되고 있지만, 일본의 쌀 부족이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앞으로의 전망
- 단기: 비축미 방출과 수입 쌀 확대에도 유통 병목과 사재기 심리로 쌀값 안정이 어려울 전망입니다. 비축미 효과는 10% 내외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장기: 기후 변화 대응, 쌀 생산 능력 회복,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도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