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축복 속에서 배 속의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소중하고 설레지요. 특히 집에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함께 있다면, 동물의 따뜻한 온기가 임신 기간 동안 큰 정서적 위안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의 몸은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됩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동물들의 세균이나 기생충이 임산부와 태아에게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반려인 임산부라면 배 속의 아기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고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증(人獣共通感染症) 5가지를 핵심만 콕 짚어 정리해 드립니다.
1. 임산부 기형 유발 1순위 경계! '톡소플라즈마증 (Toxoplasmosis)'
- 원인: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기생충
- 감염 경로: 이 기생충의 종숙주인 고양이의 분변(대변)을 통해 배출된 충란을 만지거나, 충란에 오염된 흙·채소, 혹은 익히지 않은 날고기(생식)를 섭취할 때 감염됩니다.
- 어떤 증상이 있나요? 성인은 감염되어도 감기몸살처럼 가볍게 지나가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감염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임산부가 왜 조심해야 할까? 임산부가 임신 중 이 기생충에 처음으로 감염될 경우, 기생충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됩니다. 이는 태아의 뇌수종, 소두증, 시력 장애(망막맥락막염), 지적 장애 등 심각한 선천성 장애를 유발하거나 유산·조산의 원인이 되므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2. 고양이 발톱과 침을 조심하세요! '묘소열/고양이 긁힘병(Cat-scratch disease)'
- 원인: 고양이 입이나 발톱에 흔히 있는 '바르토넬라 헨셀레이(Bartonella henselae)' 세균
- 감염 경로: 고양이에게 긁히거나 물렸을 때, 혹은 고양이가 임산부 피부의 상처 부위를 핥았을 때 감염됩니다.
- 어떤 증상이 있나요? 물린 자리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각질이 생기며, 몇 주 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의 림프절이 계란 크기만큼 크게 부어오르면서 고열과 통증, 몸살 증상이 나타납니다.
- 임산부가 왜 조심해야 할까? 고열과 심한 염증 반응 자체가 임신 초기 태아에게 발달상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임산부는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3. 새끼 강아지 변을 치울 때 주의! '캄필로박터 감염증(Campylobacteriosis)'
- 원인: 동물의 장내에 서식하는 '캠필로박터 제주니/콜리(Campylobacter jejuni / C. coli)' 세균
- 감염 경로: 설사 증상이 있는 아기 강아지나 고양이의 분변을 만진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 입을 통해 감염됩니다. 조리가 불충분한 닭고기, 돼지고기의 섭취, 조리대가 닭고기의 균에 의해 오염된 후 다른 식품에 교차 오염이 발생하여 감염되기도 합니다.
- 어떤 증상이 있나요? 심한 복통, 오한, 구토, 그리고 피가 섞인 설사를 동반하는 급성 위장염을 일으킵니다.
- 임산부가 왜 조심해야 할까? 이 균은 임산부의 자궁 내부로 침투하여 태반을 통과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배 속 태아에게 패혈증을 유발하거나, 유산·조산·사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 배변 패드를 만질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귀엽다고 얼굴을 내어주지 마세요! '카프노사이토파가 감염증(Capnocytophaga infection)'
- 원인: 개와 고양이의 침(구강) 속에 정상적으로 사는 상재균. 캡노사이토파가 카니모르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
- 감염 경로: 반려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혔을 때, 혹은 동물이 임산부의 입, 코, 눈 등의 점막이나 상처 난 피부를 핥았을 때 침을 통해 감염됩니다.
- 어떤 증상이 있나요? 면역력이 정상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되면 상처 부위가 급격히 붓고 번지며, 드물게 패혈증(피가 세균에 감염되는 병)이나 수막염으로 진행됩니다.
- 임산부가 왜 조심해야 할까? 임신 중기 이후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졌을 때 패혈증으로 발전하면 엄마와 아이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애는 착해서 안 물어요" 하더라도, 상처를 핥는 행위는 꼭 막아야 합니다.
5. 온몸이 가려운 동전 모양 반점! '피부 사상균증/링웜(Dermatophytosis / Ringworm)'
- 원인: 피부에 기생하는 곰팡이균 (마이크로스포룸 카니스(Microsporum canis - 개/고양이 유래 피부사상균))
- 감염 경로: 링웜(피부병)에 걸린 강아지·고양이의 피부나 빠진 털, 또는 녀석들이 쓰던 방석, 이불과 접촉할 때 피부로 옮습니다.
- 어떤 증상이 있나요? 사람 피부에 붉고 동그란 반지 모양(원형)의 발진이 생기며, 밤잠을 설치 정도로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합니다.
- 임산부가 왜 조심해야 할까? 태아에게 직접적인 기형을 유발하진 않지만, 임산부는 독한 무좀약 계열의 먹는 항진균제나 바르는 연고를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안전한 약으로만 치료해야 해서 완치가 더디고, 그동안 임산부 본인이 피부 가려움증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아이와 반려동물 모두 지키는 '안전한 위생 수칙'
"그럼 임신 중에 동물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절대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래의 아주 기본적인 위생 수칙만 철저히 지켜주시면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게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 배변 처리는 남편에게 전담 마크! 특히 고양이 모래 화장실 청소는 톡소플라즈마 감염의 주된 경로이므로 임신 기간 동안 반드시 남편이 전담하도록 하세요. 만약 부득이하게 치워야 한다면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즉시 손을 씻으세요.
- 얼굴 핥기 금지 & 상처 가리기 반려동물이 임산부의 얼굴이나 입 주변을 핥지 못하게 해주시고, 몸에 상처가 있다면 반드시 밴드를 붙여 동물의 타액이 닿지 않게 해주세요.
- 흐르는 물에 30초 손 씻기! 동물을 만지거나 밥을 챙겨준 후, 특히 외출 후 돌아온 동물을 만진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날고기 사료(생식) 금지 및 정기 구충 기생충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임신 기간 중에는 반려동물에게 반드시 잘 익힌 사료나 간식만 급여하세요. 또한, 반려동물의 정기적인 심장사상충 및 내외부 구충제 복용도 거르지 않아야 합니다.
동물들이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임산부의 불안감을 낮추고 태교에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조금만 더 위생에 신경 써서,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배 속의 아기 모두 건강하게 만날 날을 준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