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 제도의 꽃 중 하나인 사전투표. 유권자들의 투표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착된 제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사전투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제도가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되었고, 현 윤석열 대통령 역시 사전투표를 독려해 왔다는 사실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명박 정부의 '야심작' 사전투표, 왜 도입됐나?
사전투표 제도는 2012년 2월 29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비로소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당시 집권 여당은 이명박 정부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신)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부재자 투표'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별도의 신고 절차가 복잡해 투표율 제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사전투표는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든 투표 가능"이라는 파격적인 편의성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자 했습니다. 2013년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는 모든 공직선거에 전면 적용되며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적극 독려'했던 사전투표
놀랍게도, 현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과거 사전투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그는 사전투표를 독려하며 "투표가 우리 미래를 결정한다"라고 강조했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각종 선거를 앞두고 "한 분도 빠짐없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며 적극적으로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보냈습니다. 이는 사전투표가 투표율 제고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긍정적인 제도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왜 '사전투표 폐지'를 말할까?
상황이 급변한 것은 2024년 4월 총선 이후입니다. 국민의 힘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당내 일각과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과 함께 폐지 또는 축소 주장이 강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부정선거' 의혹 제기: 총선 개표 과정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개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일부 극우 유튜버와 당원들이 '사전투표 조작'이나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 '야권에 유리한 제도'론: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선거에서 야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자, 사전투표가 야권 지지층 결집에 더 유리하다는 식의 분석이 당내에서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 공식 논의 움직임: 이러한 의혹과 해석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나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사전투표 제도의 개선 또는 전면 재검토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내로남불' 비판과 민주주의의 그림자
국민의힘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자신들이 도입하고 자신들이 독려했던 제도를 선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폐지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는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투표의 공정성 자체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과연 국민의힘은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논의가 단순한 '패배의 책임 전가'를 넘어,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